중증근무력증 

 Myasthenia gravis 


  •  중증근무력증이란? 

중증근무력증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인해서 몸을 움직이기 위해 뇌가 명령한 신호가 운동신경에서 근육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 질병입니다. 운동신경이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려도 근육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중증근무력증에 걸리면 힘이 약해집니다. 대부분 눈 주변이나 팔다리의 근육이 약해지지만, 심한 경우에는 숨을 쉬는 근육이 약해지면서 호흡마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질병이 처음 알려진 1800년대까지도 많은 환자가 호흡마비로 사망했으며, 이로 인해 질병의 이름에 ‘중증’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1900년대 중반 이후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환자가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  중증근무력증의 증상 

환자가 처음에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증상은 겹보임과 눈꺼풀 처짐입니다. 겹보임은 TV 화면, 타인의 얼굴, 차선 등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으로, 겹보임이 생기면 거리 감각이 없어지고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눈꺼풀 처짐은 한쪽 또는 양쪽 눈꺼풀이 내려와 시야를 가리는 증상입니다.
그 외에 음식을 씹거나 삼키기 어려워진다거나, 팔다리나 목의 힘이 약해지는 증상, 숨참, 발음장애 등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삼키지 못해 물이 코로 넘어가거나 심하게 사레들리는 경우, 또는 기침을 못 하거나 숨 차는 증상은 호흡마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하며, 신속하게 병원에 와야 합니다.
중증근무력증에서 힘 빠짐은 ‘피로’를 특징으로 합니다. 이는 근육을 사용할수록 힘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처음에는 팔을 들고 머리를 감을 수 있지만, 근육을 계속 사용하면 힘이 점차 빠져 팔을 내리고 쉬어야 합니다. 또 고기처럼 질긴 음식을 오래 씹으면 점차 씹는 힘이 약해지고, 영화나 TV를 오래 볼수록 겹보임이나 눈꺼풀 처짐이 심해집니다. 근육을 사용할수록 피로가 증가하기 때문에 대개 아침에는 증상이 별로 없지만, 저녁이 될수록 증상이 악화됩니다. 눈꺼풀 처짐이 있는 경우에는 아침과 저녁에 사진을 찍어 눈꺼풀이 내려온 정도에 변화가 있는지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  중증근무력증의 진단 

진단을 위해서는 우선 진찰을 통해 겹보임이나 눈꺼풀 처짐이 있는지, 다른 부위에 힘이 약해지는지, 힘 빠짐에 피로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피로는 팔을 양옆으로 들고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눈을 계속 뜨고 있을 때 눈꺼풀이 점차 내려오는지, 긴 문장을 말하면 발음이 점점 어눌해지는지 등을 살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찰 결과 중증근무력증이 의심되면 반복신경자극검사, 자가항체검사, 약물검사로 진단을 내립니다. 반복신경자극검사는 약해진 근육에 반복적으로 전기자극을 줘서 힘이 점차 약해지는지 확인하는 검사로, 피로현상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가항체검사는 혈액에 중증근무력증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이며, 전체 환자의 약 70%에서 항아세틸콜린수용체항체가 관찰됩니다. 그 외에 항MuSK항체, 항LRP4항체, 항Agrin항체도 중증근무력증과 관련이 있습니다. 약물검사는 신경과 근육 사이의 신호전달을 일시적으로 원활하게 하는 약을 투여하고 중증근무력증의 증상이 개선되는지 살펴보는 검사로,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약물 투여 후 눈꺼풀 처짐, 겹보임, 팔다리 힘 빠짐, 발음장애 등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검사를 통해 중증근무력증이 진단되면 흉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슴 CT를 촬영합니다. 흉선은 원래 면역세포가 성숙하는 기관이지만,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흉선에서 비정상적으로 질병을 유발하는 자가항체가 생성됩니다. 특히 항아세틸콜린수용체항체가 있는 환자의 약 80%에서 흉선비대, 흉선종 등이 관찰됩니다.


  •  중증근무력증의 치료 

중증근무력증은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 개선 약물은 복용 후 수십 분 뒤부터 증상이 좋아지지만, 면역억제치료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립니다. 따라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치료(면역글로불린 주사, 혈장교환술)와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치료(면역억제치료)를 적절히 섞어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증상이 개선되었다고 주치의와 상의 없이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면역억제치료를 중단하더라도 중증근무력증 증상이 바로 나빠지지는 않지만, 수주나 수개월이 지난 후에 갑자기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근무력증 위기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주치의와 상의해 서서히 약을 감량해야 합니다.


- 증상 개선 약물
일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증상 개선 약물로 신경과 근육 사이의 신호전달을 일시적으로 호전시킵니다. 그러나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으며, 증상 개선 약물로 증상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다면 면역억제치료가 필요합니다.


- 면역억제치료

중증근무력증은 잘못된 면역체계가 활성화되어 근육을 공격하는 질환이므로, 면역억제치료를 통해 잘못된 면역을 억제함으로써 질병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가 가장 흔하게 사용되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하면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아자씨오프린, 타크로리무스, 미코페놀레이트모페틸, 리툭시맙 등의 다른 면역억제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합니다.
면역억제치료를 시작하면 수주에서 수개월 뒤부터 중증근무력증의 증상이 점차 개선됩니다. 하지만 약 15% 정도에서는 힘 빠짐이 급격하게 진행해 호흡마비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런 상황을 ‘근무력증 위기’라고 합니다. 근무력증 위기가 발생하면 처음에는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목을 가누기 어려우며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집니다. 증상이 좀 더 심해지면 숨이 차고 질식할 것 같은 증상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인공호흡기의 보조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별다른 악화 없이 증상이 개선되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으면 면역억제치료를 조금씩 줄입니다. 이 과정에서 약 20-30%의 환자는 치료를 완전히 중단하고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완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치료 없이 몇 년간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기간 치료받는 환자의 약 80%는 적은 용량의 치료만으로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은 평소대로 직장을 다니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15% 정도의 환자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재발해 면역억제치료를 줄일 수 없으며, 여러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난치성 중증근무력증에 해당합니다. 입원치료가 자주 필요하며, 장기간의 고용량 면역억제치료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혈장교환술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혈장교환술은 증상을 빠르게 개선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치료입니다. 면역글로불린은 1-5일 동안 혈관으로 주사를 맞는 치료이고, 혈장교환술은 큰 혈관에 카테터를 넣어 약 2주 동안 2-3일 간격으로 혈장에 있는 면역물질을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두 가지 치료 모두 중증근무력증의 원인물질을 혈액에서 제거해주는 원리로 1-2주 안에 증상이 좋아지지만, 치료 효과가 1-3개월 정도만 유지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흉선절제

흉선에서 종양이 발견되는 경우, 또는 항아세틸콜린수용체항체가 있으면서 팔다리 힘 빠짐, 삼킴장애,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흉선절제를 고려합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흉선을 절제하면 장기적으로 중증근무력증의 증상이 개선되고 치료에 필요한 스테로이드 용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중증근무력증 치료의 부작용 

중증근무력증 치료의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치료의 효과와 부작용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면역억제치료를 강하게 하면 빠르고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면역억제의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하면 고혈압, 당뇨병, 골다공증, 백내장, 체중 증가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증상 개선 효과가 있으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본인의 증상에 대해 주치의와 꾸준하게 대화하고 중증근무력증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내과와 안과 진료를 병행해 당뇨병, 골다공증, 백내장, 녹내장 등의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울러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근력이 약해 넘어지기 쉽고,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뼈도 약해져서 골절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확인하고 예방하는 데도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김승우 교수>